요즘 주변에서 결혼 준비하는 친구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 “웨딩 플래너 쓸까 말까”예요. 솔직히 플래너 있으면 편하죠. 스케줄 잡아주고, 비교 견적 내주고, 중간에 방향 잡아주니까요. 근데… 플래너 비용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아요. 웨딩 촬영 한 번 더 할 수 있는 금액일 때도 있고요. 저도 처음엔 플래너 쓸 생각이었는데, 예산표에 딱 넣어보니 바로 눈물이… 그래서 ‘직접 해보자!’로 방향을 틀었어요. 물론 중간에 ‘이게 사람 할 짓이냐’ 싶을 때도 있었지만, 다 해놓고 보니까 정말 잘했다 싶었어요. 오늘은 그 과정을 하나하나 풀어볼게요.
1. 전체 일정부터 그려놓아요
- 예식일에서 거꾸로 계산: 결혼식 당일을 0일로 잡고, 필요한 준비를 몇 개월 전부터 해야 하는지 역순으로 적어요. 예) 예식장 계약은 최소 6~12개월 전, 드레스 투어는 5개월 전, 청첩장 주문은 2개월 전.
- 캘린더 작성: 구글 캘린더나 플래너 노트를 사용해 각 항목의 마감일과 체크리스트를 넣어둬요.
- 마감 버퍼: 꼭 1~2주는 여유를 두세요. 제가 한 번은 촬영 드레스 대여일이 배송 지연돼서 하루 전날 받았는데, 심장이 쫄깃했어요.
- 혹시 그냥 ‘그때그때 하면 되겠지’라고 생각 중이세요? 진짜 한 달 전부터 불이 나요.
2. 자료 수집은 철저하게
- 후기 검색 루틴: 블로그, 유튜브, 웨딩카페, 인스타그램 해시태그(#웨딩홀추천, #스드메후기 등)로 매일 조금씩 찾아요.
- 비교표 만들기: 업체명, 위치, 가격, 혜택, 후기를 표로 정리하면 ‘어디가 어디였지?’ 하는 순간이 줄어요.
- 스크린샷과 저장: 예전엔 그냥 봤다가 잊었는데, 지금은 가격표나 혜택 페이지를 전부 캡처해서 폴더별로 저장해요. 업체들이 가끔 가격을 살짝 올리거나 혜택을 변경하거든요.
- 실물 사진 수집: 웨딩드레스나 부케는 화보보다 실착 사진이 현실적이에요.
3. 계약은 냉정하게
- 계약 전 질문 리스트: ‘추가 비용이 뭔가요?’, ‘계약금 환불 규정은 어떻게 되나요?’, ‘옵션 변경 가능 시점은 언제인가요?’ 같은 질문을 미리 적어가요.
- 꼼꼼한 계약서 확인: 특히 포함 사항(원본 사진 제공 여부, 드레스 피팅 횟수, 메이크업 리허설 포함 여부 등)을 체크해요.
- 급하게 계약금 주지 않기: 저는 한 번 상담 갔다가 분위기에 휩쓸려 계약금 냈는데, 나중에 조건 더 좋은 곳을 발견해서 후회했어요.
- 혹시 “자리 빨리 마감돼요” 말에 약한가요? 이건 거의 영업 멘트 공식이에요.
4. 예산 관리는 세밀하게
- 항목별 계획: 예식장,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청첩장, 예물, 혼수, 신혼여행 등 카테고리를 나눠요.
- 엑셀 활용: 예정 금액, 실제 지출 금액, 잔액, 메모(계약 날짜·잔금 날짜)까지 기록해요.
- 비상금 10%: 예산의 10%를 비상 지출로 따로 잡아둬요. 예상 못한 추가비가 꼭 나와요.
- 중간 점검: 최소 한 달에 한 번은 예산표를 열어봐야 해요. 안 보면 금액이 슬금슬금 넘어요.
5. 일정 조율과 커뮤니케이션
- 업체와의 대화는 기록으로 남기기: 전화보다 카톡, 메일이 좋아요. 나중에 ‘그런 말 없었는데요?’ 할 때 증거가 돼요.
- 가족과 공유하기: 특히 양가 어른들이 중요시하는 부분(식사 메뉴, 예단 등)은 초반에 맞춰두면 중간에 트러블이 줄어요.
- 혹시 다 혼자 결정하려고 하나요? 의견을 듣는 게 번거로워도, 나중에 반대 나오면 더 힘들어요.
6. 체력과 멘탈 관리
- 일정 쪼개기: 하루에 스튜디오+드레스 투어+메이크업 상담을 몰아서 하지 마세요. 다 하고 나면 기억도 안 남아요.
- 휴식 루틴: 하루 종일 돌아다닌 날은 집 와서 족욕이나 반신욕으로 몸을 풀어요.
- 스트레스 해소: 저는 중간에 너무 지쳐서 하루 종일 드라마만 본 적도 있어요. 그게 다음 날엔 에너지가 되더라구요.
- 작은 성취 칭찬하기: 예식장 계약, 드레스 픽, 청첩장 디자인 결정… 이런 거 하나 끝날 때마다 스스로 기념해요.
혼자 준비하는 건, 솔직히 체력과 정신력 테스트예요. 하지만 반대로 내가 원하는 스타일,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100% 조율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해요. 준비 과정에서 나오는 정보와 경험은 나중에 다른 사람 도와줄 때도 쓸모 있고요. 무엇보다 결혼식 당일, ‘이 모든 걸 내가 다 준비했다’는 뿌듯함은 정말 특별해요. 그러니 계획, 기록, 체력 이 세 가지만 붙잡고 가면, 플래너 없이도 충분히 멋진 결혼식을 만들 수 있어요.